腦內餘談錄 :: 커피, 동동주, 그리고 블랙 러시안

커피, 동동주, 그리고 블랙 러시안

커피

별로 친해지고 싶은 사이는 아닌데, 그냥 맛이 좋아서 좀 친해질까 말까 하다가 결국에는 친해진 녀석입니다. 졸음을 피하려고 캔커피만 죽어라 뽑아 마시다가, 어제인가 그제인가 한번 커피집에서 한번 사서 마셔봤습니다. 제가 뭘 사서 마셨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캐러멜 카페 라떼'였을거라 생각합니다. 학교 후문에 있는, 생긴지 얼마 안 되기는 정문에 있는 모 커피 체인점이랑 비슷하지만,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발길이 뜸한 어느 커피집에서 커피를 주문해 마셨습니다. 아, 저는 뜨거운 커피는 잘 안 마시는지라 아이스 커피를 시켰네요. 캔커피와는 좀 다른 맛이더군요.

뭐, 몰랐던 건 아닙니다만, 여태까지 '커피집 커피가 2000원이 넘는다.'라는 (현대인들에게는 당연하디 당연하다 못해 그냥 받아들여야 마땅한) 명제하에 살고 있는지라, 이런 명제가 계속되는 한, 이런 맛있는 커피를 계속해서 사 마시게 되면 제 지갑이 텅텅 빌 것 같아서 절제하고 있습니다요. 이래놓고 또 다른 사치 아닌 사치에 커피 값으로 나갈 돈의 몇십 배를 쏟아붓는 만행을 벌이긴 합니다만...

커피 마시는 제 모습을 올려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제 얼굴을 올리는 건 아직도 낯 간지러운 일 같아서 관둡니다. [웃음]

동동주

비오는 날에 생각나는 것은 파전, 그리고 동동주. 오늘(10월 1일)은 비만 안 왔지, 파전하고 동동주를 아주 실컷 먹어댔습니다. 친구들(정확히 말하면, 나이가 한 살 많은 형이 끼어 있었던지라 '동기들')이 회기에 가서 먹자고 하길래 졸졸 따라가서 맛나게 먹고 왔습니다. 파전이라길래 그냥 집에서 대충 부쳐 먹는 그런 파전을 생각하고 부담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큰 파전이 나오더군요. 몇 번 본 적은 있습니다만, 상상과는 달라서 좀 놀랬습니다. 그래도 값은, 상상의 걱정을 많이 덜어줄 정도로 싸더군요. [웃음]

여기에 동동주. 동기들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형하고도 허울 없이 지내는 편이니 그냥 친구들로 두루뭉술하게 불러서 표현해봐도, 파전에 동동주 내지는 동동주에 파전을 먹을 때 메인(main)은 어떤 것일까요? 파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여태 가셨던 집이 파전을 기가 막히게 잘 부치는 집이었을 거라 봅니다. 어디인지 좀 알려주세요. 하지만 파전 맛의 호오에 관계없이, 동동주가 들어가면 동동주가 메인입니다. 제 앞에 앉았던, 다음 주에 군대 간다는 친구놈 하나는, 여태 양주만 마셔댔다고 동동주의 맛을 제대로 모르겠다고, 오늘 동동주 어떻게 먹어야 하나 고민을 하더군요. 동동주 마시는데 고민 같은 게 어딨겠습니까, 일단 부어야죠. 한잔 들이키더니 '걸쭉한 게 좋다야!'고 단박에 얘기하덥니다. 이래서 동동주가 메인입니다. 걸쭉해서요? 아뇨. 술로 얘기할 껀덕지를 만들기 때문에 메인입니다. 파전이 메인이 되기보다는, 동동주가 메인이 되는 얘기가 더 재밌으니 메인인겁니다. [웃음]

동동주를 어느 정도 마시고 나니까 사이다를 시켜서 붓더군요. 동동주 마실 때 많이 썼던 방법인데, 개인적으로는 딱히 좋아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아까 친구 말마따나, 걸쭉해서 좋은 동동주가 덜 걸쭉해지기 때문입죠. 맛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결국은 다 비우고 동동주 한 동이를 더 시켰습니다. 파전에 동동주, 여기에 비만 오면 금상첨화일 텐데. 비 싫어하는 사람이 이럴 때 비를 다 바랍니다요. [웃음]

블랙 러시안

파전에 동동주를 먹고 2차를 갔습니다. 바(bar)에 가자네요. 저는 바는 이걸로 처음입니다.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만, 제대로 된 바 같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대중성에 주안을 둔 바 인 듯 했습니다. 혼자서 괜찮은 바를 갔다면, 바텐더 앞에 앉아서 술을 마셨겠지만, 넷이나 간 덕에 멀찌감치 앉아서 마셨습니다. 칵테일을 처음 접하게 되면 블랙 러시안을 꼭 마셔봐야지 하는 생각에 앞뒤 안 보고 바로 블랙 러시안을 주문했습니다. 어떤 맛일까 참 궁금했습니다.

입에 대자마자 제대로 못 먹을 뻔했습니다. 파전에 동동주를 너무 많이 먹었던 탓일까요, 술기운이 증폭되는 느낌이 들어서 잠깐 내려놨습니다. (저는 절대로 위장에 있는 내용물이 식도를 타고 올라와서 분사되는 일은 없습니다.) 적응을 못 하겠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형이 얼음을 시켜서는 조금 넣어줬습니다. 먹기 어려울 것 같으면, 얼음을 넣으면 좀 더 낫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다시 마셔봤습니다. 많이 순해진 느낌의 블랙 러시안을 만났습니다. 조금씩 마시다보니 참 힘들길래, 1/3쯤 남은 시점에서 원샷을 해버렸습니다. 같이 있던 친구들이 '원샷 하면 아깝다.'면서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런데 별수 있나요, 정상적인 상태에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오늘 처음 칵테일을 접한 사람이 파전에 동동주를 푸짐하게 먹고 와서 여기서 2차 회포를 푸는데 제대로 마실 수 있냐구요. [웃음]

마시다가 알았습니다만, 블랙 러시안이 40도의 어떤 술하고 23도의 어떤 술이 섞인 것이라고 하더군요. 진득허게 취했던지라 이름은 잘 생각이 안 납니다. 나중에 그 두 술을 사오면, 블랙 러시안을 맛있게 만들어주겠다고 하더군요. 그걸 살 돈이 있어야 가져가죠. [웃음]

그나저나,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커피 + 술 = 블랙 러시안인데 말이죠. 여태 쓴 게 그 순서네요. 커피, 술, 칵테일.

뒷 이야기 : 담배

저는 담배를 안 피웁니다. 피운 적도 없으며, 피울 생각도 없고, 앞으로도 안 피웁니다. 근데, 오늘 회포를 풀었던 친구들이 모두 흡연자였습니다. 파전에 동동주를 먹다가 일 때문에 나간 한 녀석이 그나마 저를 뺀 사람 중에서는 비흡연자였는데, 그 녀석이 가고 나니 사방 천지에 안개가 가득하더군요. 그나마 그 흡연자들이, 제가 담배를 싫어하는 것을 알아서 망정이지, 몰랐으면 돌아버릴 뻔했습니다. 평소에는 담배를 잘 안 피우지만 어쩌다가 한 대씩 물어제끼는, 술 가져오면 칵테일 만들어준다던 형이 그러더군요. "너도 밤새면서 제대로 코딩해봐. 입에 담배가 물려있을걸?"

형, 저 어떻게든 담배하고는 인연을 맺고 싶지가 않은데 말입니다. 코딩 대충하면 담배하고 멀어질 수 있어유? [웃음]

덧붙임. 요즘 담배피는 꿈을 자주 꾸던데 말입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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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릭블레어  2008/10/06 0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삐리님,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우선 재개장 축하드리고요.
    커피랑 아주 친해지셨는가 본데요?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쓴 맛이 감도는 음식이 싫지 않아지는 거 같기도 한데...
    자극적인 맛에만 길들여지다 '풍미'란 것이 있는 음식을 접하기 때문인 걸까요? 삐리님 맘에 단단히 든 것 같은데
    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 후훗

    얼마전에 써 두신 동동주가 바로 이 이야기였던 거군요. 푸하하! 파전이기 때문에 메인,
    또 도마위에 올리면 가장 즐거운 주제를 상기시켜줌으로 동동주가 메임이라니 상당히 재밌는 논리입니다.
    괜시리 읽으면서..저도 술이 땅기네요. ㅡ_-; 전 동동주는 예전에 살짝 맛만 봤는데 솔직히 잘 안 넘어가더군요.ㅠㅠ

    사실 바를 제대로 즐기려면 2차가 아니라 1차로 가야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어쩌다 가게 될 때
    보통 2차로 bar를 가게 되곤 하던데 솔직히 이미 1차에서 맥주와 소주로 혀가 저릿저릿한 상태라 칵테일
    맛을 제대로 음미하긴 어려운게 사실이죠. ^^ 블랙 러시안이라면 깔루아랑...또 뭔가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은 모르겠네요.ㅎㅎ 다음엔 한 번 해당 바의 추천메뉴를 1차로 가서 드셔보시길 권해 봅니다. ㅎㅎ
    근데, 포스팅 순서랑 블랙러시안의 조합이 ㅋㅋ 아주 잘 맞네요? 진짜로. 이런 재미있는 우연이..

    ㅠ.ㅜ 그러고보니, 마치 루머나 전설처럼 떠도는 얘기지만 컴관련 하시는 분들은 다 담배에 손을 ...ㅠㅠ
    ㅠㅠ..삐리님을 응원하겠습니다. 크허 ㅠㅠ
    • 571BO  2008/10/06 0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래 에스프레소랑 되게 친합니다만... 그냥 모카를 마셔서 그랬을거에요;;;

      동동주... 좋지 않습니까!

      칵테일을 이렇게 처음에 쓰게 넘겼으니, 다음에는 달게 넘어가리라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칵테일에 제대로 손을 못 댈테니...

      우연 치고는 뭐 그냥 짜고 친 고스톱 같기도 해서 그냥 뭐... [웃음]

      담배는... 절대 손 안 댑니다.
  2. Bullet  2008/10/07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랙러시안이라.. 처음드신것 치곤 좀 강한걸 선택하셨네요. 깔루아밀크를 한번 드셔보시면 블랙러시안을 좀 더 깊이 느낄수 있을겁니다. 제가 추천하는 칵테일은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 (좀 독합니다.) 담배는... 제가 흡연자라 할말이없네요. ㄲㄲㄲ
    • 571BO  2008/10/08 0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강한거였나요... ㅎㅎㅎ;;; 나중에 한번 그리 마셔보도록 하겠습니다.
  3. 잇지  2008/10/09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싸게 주고 사 먹어본 커피라고 한다면 1000원에 학교 매점에 파는 그 카페라떼일겁니다. 남양에서 나오던가 그 초콜렛맛 커피음료.
    그 외에는 기숙사 살 때나 집에서나 큰 병에 든 커피가루를 타서 마시고 학교나 일터에서는 무조건 자판기 커피.

    담배는, 안피는게 최고입니다. 코딩뿐만이 아니라 단순 반복 작업등 하다보면 어느샌가 물려 있습니다. 술먹으면 물려있고.
    저는 술자리에서 담배 필 때 면전에서 안피고 화장실이나 밖에서 나가서 핀답니다. 물론 면전 필 수 없는 대상이 있는 술자리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렇게 됬나 봅니다.,
    • 571BO  2008/10/09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흠... 솔직히 '눈 앞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커피'라서 그런가 혀에 더 닿았나봐요... ㅎㅎㅎ;;;

      담배는... 예, 절대로 안 피웁니다.
  4. Bullet  2008/10/10 0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랙러시안정도는 그리 큰돈 들이지 않고 집에서 타서 마시는게 가능합니다. :D 베이스로 들어가는 보드카가 싸게는 8000원에서 비싸다 싶은건 3만원짜리가 있구요, 깔루아는 남대문시장쪽에서 700ml가 27000원에 구입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저용량도 있슴미다) 두세잔정도 원하는 비율을 맞춰보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맛을 만들어낼 수 있을겁니다. 레시피는 인터넷에 많이 돌죠. :D
  5. sephia  2008/10/10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으허허허. 이런 것과 담을 쌓은 저로서는 그저 웃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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